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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로또 밍크고래' ‘바다의 로또를 아십니까?’

어민들 사이에선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살아 있는 개체를 잡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때문에 죽은 고래만 건져 올 수 있기에 그 숫자가 적어 '부르는 게 값'이다. 해서 한탕주의 불법 포경도 횡횡하고 범법자도 종종 발생한다.

□한 달 새 3마리 잡혀-1억2천여만원에 팔려

최근 경북 동해안에서 '바다의 로또'라고 불리는 밍크고래가 심심찮게 잡히고 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오전 4시 50분쯤 영덕군 남정면 원척항 동쪽 1.5마일 해상 허모(70)씨의 정치망 그물에 길이 4.7m, 둘레 2.27m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감겨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허씨는 이를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 확인 결과 불법 포획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했다. 이 밍크고래는 강구수협 위판장에서 4천1백50만원에 판매됐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2일 오전 3시50분쯤 울진군 기성면 사동항 북동쪽 1마일 해상에서 밍크고래 1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길이 3.6m, 둘레 1.57m였다. 이 밍크고래는 위판장에서 1천700만원에 판매됐다.

하루 앞선 21일에는 영덕군 강구면 삼사항 동쪽 1마일 해상에서 길이 5.9m, 둘레 3m 밍크고래가 잡혀 강구수협에서 무려 6천300만원에 위판됐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세계적으로 고래 보호를 위해 포획을 금지한 뒤 국내외에서 고래를 잡는 일은 불법이다. 다만 그물에 우연히 걸려 죽은 고래는 해경 확인을 거쳐 판매할 수 있다.

해경은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 나가 작살이나 불법포획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 뒤 없다면 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밍크고래는 크기뿐만 아니라 신선도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죽은 지 오래된 것보다는 얼마 지나지 않은 밍크고래가 당연히 더 신선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겨울에 동중국해로 내려가 있던 고래 떼가 최근 북쪽으로 돌아오면서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시·도중 경북에서 가장 많이 혼획

혼획(어획 대상 목표종에 부수적으로 어획되는 어획물의 일부)으로 죽은 밍크고래는 전국 시·도 가운데 경북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간 전국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는 모두 352마리다. 이 가운데 경북이 163마리로 절반에 가까운 46.3%를 차지한다.

그 뒤로 강원 76마리, 전남 35마리, 경남 24마리, 울산 14마리, 충남 12마리였다.

□불법포획 종종 발생

고래의 높은 가격 때문에 불법포획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지난 해 9월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재판장 한성수)은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 수십마리를 잡은 혐의로 기소된 선주 겸 선장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또 다른 배 선주 B씨와 해상 운반책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 선원 D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고래잡이에 동원된 6개 어선 선장과 선원 28명과 알선·운반책 2명에게는 150만∼500만원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포항,영덕 등 동해에서 밍크고래 등 고래 40여 마리를 불법으로 잡아 식당 등에 유통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7억원대의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 고기를 시중에 유통시켜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30일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정모(52)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2011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포항과 울산 등지에서 불법으로 포획된 밍크 고래 고기를 매입해 부산·경남 일대 유명 음식점과 일식집 20여 곳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당 7만원에 고래 고기를 판매해온 정씨는 4년간 모두 13∼14마리, 7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를 유통시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정씨는 2011년 불법포획된 고래 고기를 유통하다가 적발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다시 고래 고기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또 정씨로부터 시중 고래 유통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법 고래 고기를 납품받아 판매한 음식점 업주 2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인간들의 돈벌이 표적 고래-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

고래들이 어쩌다 탐욕에 찌든 인간들의 돈벌이 표적이 되었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고래 고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국내에서 고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은 다른 바닷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펼쳐 둔 그물에 우연히 고래가 잡히는 ‘혼획’뿐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고래는 죽은 것만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기에 잡히는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고래 고기 전문점에서는 상당량의 '신선한' 밍크고래가 매년 안정적으로 공급돼 팔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래의 본고장이라는 울산 남구에만 고래 고기 전문점은 15곳이다.
울산 전체로 확대하면 고래 고기 전문점이 2배 이상 될 것으로 상인들은 추산하고 있다.
지역에서 한해 평균 1~2마리 혼획돼 합법적으로 팔리는 밍크고래로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밍크고래뿐만 아니라 돌고래 종류를 합하더라도 매년 혼획돼 잡히는 고래 숫자로는 고래고기 전문점에 팔리는 소비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비자의 입맛을 현혹하는 고래의 희소가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바닷고기를 잡던 평범한 어부들이 너도나도 불법 포경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이런 ‘한탕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3개월만에 5억원을 번 남자.
최근 고래 불법포획 혐의로 울산해경에 붙잡힌 박모씨(52).
그는 고래가 ‘바다의 로또’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해 단 3개월동안 박씨는 밍크고래 12마리를 잡아 5억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수년에 걸쳐 밍크고래만 전문적으로 잡아왔던 것으로 볼 때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씨는 불법으로 고래를 잡아 갑자기 재산이 불어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로 행세했다.
박씨는 불법 포경에 뛰어든 이후 장모 명의로 산 8000만원대 고급 승용차를 굴리는 재력가로 변신했다.
경찰 조사에서 타인 명의로 된 배도 3척을 더 실제 소유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울산해경이 박씨외에 지난 3년 동안 적발한 불법 포획 사례도 모두 밍크고래를 잡은 경우다.
고래고기 전문점을 운영했던 최모씨(42)는 “밍크고래는 10배 장사다. 천만원어치 고기를 사와 식당에서 요리를 해서 손님에게 팔면 1억원어치가 된다”고 귀띔했다.

□점 조직화 된 고래고기 유통

2008년부터 고래고기 불법 포획을 경찰이 집중 단속하면서 고래고기 유통이 점 조직화 됐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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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년은 동해해양경찰서가 울산으로 원정 수사를 와서 고래고기 불법유통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때 울산지역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다 적발된, 불법 포획된 고래만 90마리나 됐다.

당시 경찰이 단순히 고래량만 고려해 가격을 8억원으로 추산했지만 밀거래 시장에서는 이보다 몇 배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게 현실.
이 고래들이 실제 식당에서 팔렸다는 걸 가정하면 당시 소비자 판매가로 80억원 규모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바다에서 불법 포획한 고래 고기가 식당에서 소비자에게 팔리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점 조직화 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경찰이 파악한 단계를 보면, 불법 포획자, 해체 전문가, 해상에서 육상 운반자, 육상 운반자 등으로 나눠지고 최종적으로 장소와 시간을 정해 도매상에게 밀거래로 넘어간다.

하지만 이 밀거래 도매상들이 고래 고기 전문점에 넘기는 과정에서는 이미 여러 단계 '세탁'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고래 고기의 혼획·포획 여부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래는 5~6배 이상 가격이 치솟게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강동균  donghae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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