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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 있는 한울원전 유리화 설비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사 직원들은 요즘 우울하다.

특히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5월 1일 노동절날,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임금체불과 직장 내 갑질이 없어지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중에서 처음으로 설치된 시설에 근무를 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그들의 가슴을 늘 뛰게 했다.

또 한수원 측이 이 유리화 사업을 처음 추진할 당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또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이며, 시운전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을 보았기에 적어도 원전이 가동되는 한 ‘밥 굶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지난해 수십억 원을 들여 설비개선을 할 때만 해도 그러한 확신은 믿음으로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를 운운하며, 용역 축소를 제안하면서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청천벽력같은 감원 소식에 직원들은 반발했고, 다행스럽게도 한수원으로부터 ‘12월까지는 현행 유지’라는 대답을 듣긴 했지만 용역 결과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고용불안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한수원 본사 전경/한수원 자료 사진)

 ◆유리화 설비란

유리화 설비란 원전에서 사용되는 의류·장갑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열분해해 재로 만들어 유리 가루와 섞어 유리구조 내에 결합시키는 설비다.

방폐물의 유리화는 가연성 폐기물을 섭씨 1100도의 저온용융로에서 유리와 섞어 녹인 뒤 보관용 드럼 용기로 배출해 고형화하는 방법이다

이 설비를 이용하면 안전성 향상은 물론 원전에서 발생되는 가연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30% 정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수원은 홍보해 왔었다.

◆유리화 설비 추진 경위

이 사업은 2002년 9월 산업자원부 전력산업연구개발사업으로 처음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2005년 국내 원전 중 울진에 있는 한울 5,6호기(3발전소)에 처음 도입하겠다는 허가를 과기부에 신청했고, 이듬해인 2006년 6월 건설공사에 착수했다.

2009년 교과부로부터 정상 가동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사업비만 480억원이나 된다.

당시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 의회 등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등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일부 언론이 유리화 설비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보도하자 한수원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수원은 “원전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원전운영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바로 유리화 기술”이라면서 “유리화 설비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된 것이지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원전운영 국가들에서 이미 사용 중인 방사성폐기물 처리기술이며 안전성이 입증된 설비”라고 강조했었다.

             (사진-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처리 과정-한울원전 공개 자료)

◆폐기물 처리 현황

한수원에 따르면 유리화 설비는 시간당 최대처리 능력이 20㎏ 정도다.

2009년 시운전 당시부터 2018년 6월까지 가연성잡고체 4만7천660kg(454드럼), 저지방성폐수지 8천831kg(59드럼), 배출유리 7천741kg(18드럼) 등이다.

한수원은 이 사업으로 감용 효과가 30배나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약 30드럼의 폐기물을 1드럼으로 줄이는 환경배출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유리화 기술은 미국 전력연구원(EPRI)으로부터 연구과제 수탁, 미국 에너지부 기술 수출은 물론 대한민국 특허기술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와 직원들의 실직

한수원은 한울 5,6호기 유리화 설비에 당초 사업비 480억원 외에도 최근 상당 기간 수십억 원을 들여 설비개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을 마친 한수원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계속 운전을 할 것인가 그 여부를 결정하는 경제성(타당성) 종합 평가를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고, 최종 결정은 10월에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에는 이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사인 N사에 대해 용역 축소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N사에는 현재 13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중 약 3분의 1 정도를 감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한수원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하는 12월까지 용역을 유지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진-한울본부 전경-한울원전 자료 사진)

◆N사 직원들과 주민들의 반응

직원들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전(운영중 23기, 계획13기)을 설계수명까지만 운영하더라도 70여년 후면 경주방폐장 전체 처분용량 80만 드럼을 초과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을 약 3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는 유리화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주민들도 “당시 우리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할 때 한수원은 ‘폐기물 감량화에 기여도가 크다’고 홍보해 와 놓고 이제와서 경제성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전 국민들을 속이는 거짓말”이라면서 “이는 ‘임금체불과 직장 내 갑질이 없어지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절 메세지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민들은 또 “이에 대해 한수원은 울진군민들은 물론 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이주 기자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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