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집회가 아니라 축제네요.’

7일 오전 울진군청 동문에서 열린 ‘울진 국립공원 신규 지정 반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원회)’의 집회 모습을 본 울진군민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투쟁위원회와 뜻을 같이하는 18개 마을 주민들은 행사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사진-반투위 임원진들이 군 집행부와 의회 면담에 앞서 '주민 반대 서명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황이주 기자 )

머리에는 ‘국립공원 지정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손에는 ‘조용히 살고 싶다’라는 국립공원 지정 반대의 당위성을 알리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서.

그렇게 모여든 주민들은 군청과 농협군지부 양쪽으로 나눠 일렬로 줄지어 섰다. 군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기 않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다.

이윽고 행사를 알리는 풍물패 공연.

행사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울진 재래시장을 찾은 이웃 마을 주민들의 발길마저 무여 잡는 등 행사장은 흥겨움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투쟁본부장인 사회자 김동현 씨가 개회선언을 했다. 이를 지켜 본 주민들은 김 씨의 행사진행을 '방송국 아나운서 수준'이라며 극찬했다.

식전공연으로 왕피리 가수인 황경희씨가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불렸다. 가냘픈 작은 체구와는 달리 뿜어내는 노랫소리는 우렁차다 못해 전율을 일으킬만큼 열정적이었다.

이어진 송재성 방의수 공동위원장의 개막연설.

생업을 뒤로 한 채 한 달여 동안 조직을 이끌어 온 두 위원장들의 노고에 답이라도 하듯 그들을 반기는 주민들의 함성과 박수는 유난히 컸다.

뒤이어 사회자의 투쟁 경과 보고도 있었다.

여기에다 김상섭 부위원장과 최금자 총무 등 왕피리 주민들의 현장감 넘치는 애절한 사연과 성토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달렸다.

집행부 임원진들이 주민들로부터 받은 반대서명부를 군청과 의회에 전달하기 위해 나섰다.

      (사진-질서 정연하게 집회를 하고 있는 반투위 주민들/황이주 기자)

다시 특별공연.

초대가수인 이태상씨의 ‘모르리’와 앵콜송 ‘님과 함께’ 의 열창은 흥겨움을 더해 청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나가는 행인들마저 함께 춤을 추게 했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담게끔 했다.

군청과 의회를 다녀왔던 집행부의 전달보고가 있었다.

이어진 풍물패를 선두로 한 군청 행진.

행사종료가 선언되자 집회에 참여했는 주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버려진 휴지 줍기 및 현수막 수거작업에 나섰고, 그 행동은 일사분란했다.

(사진-행사를 마치고 내걸었던 현수막을 수거하는 행사 관계자들/황이주 기자)

군 단위 시골지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격조 높은 행사였다는 게 행사를 지켜본 군민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모가(무엇이) 잘 되고, 모가 잘못됐는지 꽹 (정확)하게는 몰라도 가마이 (가만히) 들어보니까 저 사람들(집회참석자들) 말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 군에서 고마 (그냥) (일방적으로) 밀어부칠께 아니라 반상회라도 열어서 저 사람들 얘기도 쪼매(조금)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구마”라며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한 어르신의 묵직한 저음이 기자의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황이주 기자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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