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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항 대형 화재 뒷얘기무인방수탑차의 출동이 아쉽다

 

29일 새벽에 발생한 울진군 후포항 선착장 자재창고 화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울진소방서와 울진해양경찰서 등 관계기관들은 영하의 날씨에다 강풍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을 지켜봤던 주민들의 생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대형 화재 발발에 대한 대처가 다소 미흡했다는 게 그것.

 

◆화재 발생 및 현장 모습

울진 후포항 선착장 자재창고 화재 발생 시간은 29일 새벽 5시 41분쯤이다.

소방서 신고접수 시간이 그러했고, 울진해양경찰서 상황실에도 비슷한 시간에 신고가 들어왔다.

이 불로 창고 건물 4동(900여㎡)이 완전히 타버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어민 44가구가 어로작업에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그물과 통발 등이 타 버려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어민들 추정치)를 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장비 27대와 인력 160여명을 투입해 약 2시간 만에 큰불을 잡고 잔불을 진화했다.

 

해양경찰도 경비함 2척과 소형 방제함을 출동시켜 진화작업에 나섰다.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들

 

●극한 직업 소방관

이날 현장 기온은 영하 10도.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실제 체감 온도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은 상황이었다.

추운 날씨 탓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옷과 헬멧에는 얼음이 맺힐 정도였다.

이를 지켜본 적잖은 주민들은 “소방관은 정말 극한 직업”, “정말 희생정신이 빛나는 직업”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사진 설명) 미국의 한 화재 현장의 소방관-인터넷 자료

 

 

▲관행적인 진화방식의 아쉬움

다수 주민들은 관행적인 진화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겨울철의 경우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많을 것에 대비한 대책이 다소 미흡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을 끄기 위해 사용하는 소방호스의 물이 얼어 버릴 경우 원활한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야기되는 것을 말한다.

 

▲강력한 무인방수탑차 미출동 이유는?

또 이날 화재 현장은 그물 등 불에 잘 타는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소방관들의 현장 깊숙한 곳까지의 투입이 어려운 데다 소방차에서 품어내는 물로써는 샌드위치 패널 속 인화 물질을 진압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소방당국의 애쓴 보람도 없이 화재 현장은 완전히 타 버려 잿더미가 됐다.

울진에는 특수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원격조정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무인방수탑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장비는 원자력발전소나 석유화학 등 특수화재 발생시 소방관들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100m 밖에서 원격조종으로 화재진압이 가능하다.

 

또 철판 4㎜와 샌드위치 패널 200㎜, 콘크리트 160㎜를 뚫을 수 있고 최대 작업 높이 21m에 분당 4500ℓ 방수가 가능하는 등 소방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차량 자체에 펌프와 물탱크가 장착돼 현장 상황에 맞춰 진압을 할수 있는데 장비값만 15억원이 넘는다.

최고 시속 120km로 주행할 수 있다.

 

수년 전 울진에 보급됐는데 지금껏 실전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화재에 투입이 됐더라면 실전 경험도 쌓고 장비의 위력도 평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번처럼 강한 바람에다 가연성 재질로 소방관들의 현장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현장에 꼭 필요한 장비여서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 눈에 띄지 않는 경찰의 현장 관리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6시50분쯤.

기자의 눈에 들어온 현장 관리 경찰관은 1명뿐. 수 많은 어민들과 주민들이 바다에 띄워진 바지선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부두 등지에 서서 화재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의 존재는 너무 미미해 보였다. 2차 안전사고에 대한 무방비 상태였다.

치안센터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해경과 면사무소, 수협 등 유사시에 대비한 관계기관의 협력 체계 구축 또한 매우 미흡해 보이는 현장이었다.

 

● 항내 정박 중인 대형 방제함은 왜 출동하지 않았나?

해경은 화재가 발생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구조함 1척과 경비함 1척, 소형 방제함 1척 등을 투입했다. 인화성 물질 등이 많은 데다 화재 현장이 바다와 인접해 있어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해상에서의 살수는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역시 물을 뿜어 내는 살수 거리가 20여m 남짓해 뒤쪽 건물까지 충분히 물을 뿌리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한 주민은 “화재 현장과 불과 직선거리로 50m 위치한 지점에 대형 방제함이 있었고, 이 배의 살수 거리는 50m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배만 출동했어도 피해 규모는 훨씬 줄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경 측은 “강풍에다 주변 해역에 모래를 운반하는 바지선이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해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대형 방제함을 출동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그럼 바지선 소유 회사 측에다 바지선 이동을 주문해서라도 출동하는 게 합당하지 않는냐? 이번 화재의 초동 진화 실패의 원인은 관계기관들의 대처 능력 미흡 등 총체적인 문제”라고 했다.

▲정박 중인 선박은 소방서 책임

이번처럼 선착장에서 발생한 화재 업무의 주무관청은 어딜까?

특히 항구 내에 정박해 있는 선박에서 화재가 났을 때 어느 기관이 책임을 지는 것일까?

정답은 소방서다.

선착장은 육지 개념이기에 당연히 소방서가 주요 업무 기관이 되고, 심지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의 화재 업무도 소방서 관할이다.

일반 상식적으로는 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소방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항구에 매어둔 선박은 소방대상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돋보이는 의소대의 봉사활동

울진의 크고 작은 현장에는 언제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번 화재 현장도 마찬가지다.

단연 돋보인 단체는 후포면 남녀 의용소방대였다.

직장인 주부 등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돼 있지만 화재 발생 소식에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대원들이 현장으로 뛰어나와 내일 같이 일손을 보탰다.

추위에 떨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허기가 져 기진맥진해 있는 진화대원들에게는 컵라면을 제공하는 등 대민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상심이 큰 어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등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잊지 않고 챙겼다.

한 주민은 “후포의 힘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의용소방대원들처럼 지역의 많은 자원봉사단체들이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솔선수범하는 빛나는 희생정신이 있기에 후포가 건강한 지역으로 유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황이주 기자

 

어민 여러분.    힘 내세요!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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