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금액이 2천만원도 아니고 고작 200여만원인데, 이것이 다 남는다 해도 수익금이 200만원에 불과한데, 그런데도 주민 민원 제기에 소요된 2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공사업체에 떠넘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것도 공기업이.”(구산어촌계장의 말)

“업체가 10만원 짜리 작업을 해도 (그 작업으로 인해) 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금액을 (업체가) 배상을 해야죠”(한국공항공사 간부직원의 말)

한국공항공사 울진 기성공항(이하 기성공항) 측과 울진군 기성면 구산어촌계와의 사이에 해녀 인건비 지급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사진 설명: 녹생토 작업과정에서의 물질이 유입되는 모습

◆문제의 발단

문제는 지난 8월 초에 발생했다.

어민들에 따르면 기성공항 측이 진입로 법면에 녹생토(풀이나 씨앗 등이 첨가된 물질) 스프레이를 뿌리는 녹화작업을 했는데, 여기에 사용됐던 일부 물질이 빗물과 섞여 공항 배수로를 타고 구산항내에 유입이 됐다는 것.

사정이 이쯤되자 어민들은  수개월 전 경북도와 울진군의 지원으로 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삼 3만마리 육성사업에 악영향이 미칠까 노심초사했다.

이에 어민들은 공항측과 시공업체 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다음 날인 6일 해녀들을 동원해 피해조사에 나섰다.

해녀들을 동원한 조사는 3일간 이뤄졌지만 유입된 물질이 해삼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규명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설명:해녀들이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논쟁의 원인은 해녀 인건비, 누가 지급해야 하나?

3명의 해녀들이 작업에 투입된 것은 모두 3일.

어민들에 따르면 해녀 1명 당 일당이 25만원으로, 모두 225만원이 소요됐다.

문제는 피해조사에 동원된 해녀들의 인건비를 누가 지급하느냐 하는 것이다.

어민들은 원인 제공자가 기성공항 측인 만큼 공항공사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기성공항 측은 비용 부담은 자신들이 아닌 문제를 일으킨 시공회사 측이 부담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녀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성공항 측은 어민들이 요구하는 금액과 근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조사에 합의했다 VS 안했다

어민들은 해녀들을 동원한 피해조사에 기성공항 측이 동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중환 어촌계장은 “공항 측이 피해조사에 동의를 했다. 그래서 첫째 날에는 공항단장과 시공사 사장이, 둘째 날에는 공항 측 과장이 입회를 했고, 셋째 날에는 전화를 했는데 공항 관계자들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 계장은 “날짜별로 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제출했는데도, (이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럼 조사 때마다 왜 입회를 했느냐”라고 따졌다.

이에 공항 측은 “(피해 조사에 대해) 양측이 서로 협의해서 하기로 했는데 어촌계가 일방적으로 이끌고 나갔다. (지금까지 추진된 조사에 대해서는) 우리는 동의 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사진 설명:해녀들이 피해 조사를 벌이는 모습

◆해녀 인건비 일당 25만 원, 적정하다 VS 많다

해녀들의 일당 25만원을 놓고도 의견이 서로 다르다. 어민들은 적정하다고 하고, 공항 측은 비싸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공항 측은 “해녀들이 하루 8시간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인당 일당을 25만원으로 산정했는데 이것은 과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어민들은 “잠수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해서 일당이 좀 센 편이며, 통상적으로 하루 6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런데도 사람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종일 일을 시키지 않았다는 합리적인(?) 이유로 25만원을 책정했다”라고 했다.

◆해녀 인건비는 누가 주나? 어민-공항-업체??

피해조사를 실시한 지 두 달 정도 됐지만 아직까지 인건비 지급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어민들은 “공항 측이 ‘진입도로 법면 녹화공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만큼 시공사 측이 줄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직까지 어느 쪽도 주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어민들은 또 “원인자 부담 원칙으로 우리는 돈을 받기만 하면 되니깐 발주자인 공항 측이 주든, 시공사인 작업자가 주든 상관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솔직히 2천만원도 아니고, 200만원짜리 공사를 줘 놓고 공사비용보다 더 많은 조사 비용을 시공사에게 배상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방종호 사무국장은 “어촌계장을 비롯한 다수의 어민들이 몇 날 며칠 동안 어로작업도 나가지 않고 해삼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이 일에 매달려 있었는데도, 우리는 양심적으로 해녀들의 일당만 요구했다. 그런데 공항 측이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기는 커녕 해녀들의 일당도 많다며 주지 않겠다고 하니 이게 무슨 공기업이냐”라며 “데모라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공항 측은 “업체가 10만원 짜리 작업을 해도 (그 작업으로 인해) 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금액을 (업체가) 배상하는 것은 마땅하다”면서 “업체로부터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도 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시공업체 측은 “인건비의 일부를 우리(시공사)가 주기로 한 것은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청구한 금액이 사실 생각보다 많았다. 공항 측과 어촌계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 문제가 원활이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라면서 “항내 일부 유입된 물질은 극소량인데다 이미 관계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친환경 소재인 만큼 어패류 성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녹색토의 유·무해 여부

시공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대표는 "우리는 전국의 수 많은 현장에서 작업을 한 시공능력을 갖춘 전문업체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현장에서도 한번도 시공에 대한 문제가 야기된 적이 없는 실력 있는 업체임을 자부한다"면서 “녹색토는 어패류 성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그야말로 친환경 소재다."라고 말했다.

시공사 대표는 또 "발주 금액이 많지 않음에서 알 수 있듯 사용량도 극히 적은 양이었다. 또 이 물질이 항내로 유입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바로 희석됐다”고 강조를 했다.

하지만 어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중환 계장은 “지식이나 예산이 없는 우리들로서는 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켜만 보고 있다.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재야단체나 환경단체가 나서서 어민들을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황이주 기자

황이주  kga8316@hanmail.net

<저작권자 © 포커스경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