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다는 과정을,

다그침보다는 기다림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경북교육이 만들어 가겠습니다.

따뜻한 경북 교육은 임종식 교육감이 이끌고 있는 경북도교육청의 교육 이념입니다.

하지만 경북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임 교육감의 경북도교육청이 최근 도 산하 한 교육기관 폐쇄를 속전속결로 처리한데다 직원들의 인사도 불법으로 단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황이주 기자가 이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속전속결 폐쇄-울진수련원

30년 넘게 학생들의 수련 공간으로 활용됐던 울진군 진복리에 있는 경북학생수련원이 오는 6월 폐쇄됩니다. 아니 이미 사실상 폐쇄 됐습니다.

이 수련원이 문을 연 것은 1989년.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이 시설에는 얼마전까지 9명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도 속전속결로, 그것도 수련원이 소재한 해당 지자체와는 협의 한번 없이 단행됐다는데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 한 경북도의원의 도정질문을 하루 앞둔 날, 교육감의 긴급지시로 수련원 운영관련 회의 개최가 통보됩니다. 3일 뒤인 25일 관련 기관과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련원 신축. 통폐합 관련 협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울진교육청의 폐원 요청, 올 2월 6일 도교육청의 수용, 한 달 뒤인 3월 6일 입법예고 등 6월 30일 폐쇄를 향해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어느 기관도 이처럼 빨리 폐쇄된 적은 없습니다.

◆속전속결 이유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따뜻한 경북 교육을 강조했던 임 교육감이 왜 이처럼 서슬 퍼런 칼날 같은 전례 없는 일을 벌였을까요?

물론 도교육청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이 수련원은 2015년 2월 말 폐쇄예정이었으나 해양체험프로그램 요구로 보류됐고, 또 신축시 8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 노후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울진교육청의 폐원 요청은 지난해 교육감의 긴급지시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자발적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지역의 여론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한 경북도의원의 도정질문인데요, 지난해 11월 23일 교육감을 상대로 한 도정질문과정에서 수련원 문제가 언급이 되었고, 이를 전후해 폐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해서 교육감의 속전속결 결정과 도정질문과의 연관성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 조치 불법 의혹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30년 넘게 운영해 오던 수련원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사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얼마 전까지 관리소장 1명과 교사인 부소장 1명, 일반직 2명, 수련지도원 5명 등 총 9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관리소장이나 부소장, 일반직들은 그 직렬대로 가면 되는데, 문제는 지역 출신들인 수련지도원들입니다. 교육청은 이들도 공무직이라 정년까지 신분은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급여가 많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가서는 현실적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일부 직원은 청소년 지도 관련 자격증도 없어 인사권자가 관련 규정을 들어 해고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채용 당시 자격증 없이도 울진수련원에서 근무한다는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결국 울진에서 얼마 근무하지 못하고 4월 1일자로 안동, 상주, 청도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것도 지난 2월 울진교육장을 상대로 “3월1일부터 6월 30일까지 울진지역내 교육청이나 학교 등에 근무한다”는 근무지 이동 배치 동의서까지 작성했는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인사가 공문서 위조에 따른 불법 인사 의혹이라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와의 수차례 면담에서 ‘울진에 남을 수 있다’고 해 안심하고 있었고, 최종 배치 면담에서도 대부분이 울진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했는데, 이렇게 우리의 뜻에 반하는 결정이 난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이 미친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 제보자는 또 “아마도 공문서를 위조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라면서 “이에 대한 것은 문서관리카드를 조회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울진교육청 관계자들은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 하거나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고용

지도원들의 고민은 불안한 고용입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200만원도 안되는 적은 급여로 집을 얻고, 밥도 사 먹어야 하는 1차 생계적인 측면도 문제지만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정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 걱정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큰 걱정은 지금은 다른 지역 수련원에 발령이 났지만 이것도 관련법 상 해당 분야 자격증이 없으면 결국 해고 사유가 된다는데 있습니다.

울진수련원에서의 채용은 자격증 소지자들의 지원이 많지 않아 자격증 없이도 채용이 가능했지만 시 지역은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인사권자의 무자격증 소유자 해고라는 지시 한 마디면 언제든지 쫒겨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미 지도원 1명은 사직을 해버렸습니다.

◆직원 채용 허위 공고 논란---남을 수 있다고 회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법 상 자격증이 없는 것은 해고 사유가 됩니다.

그럼 자격 없는 사람들을 왜 울진에서는 뽑았을까?

논란이 되는 수련지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키로 한 것은 지난 2018년 2월.

그 전까지만 해도 기간제 지도원을 고용해 5~6개월 정도 근무시켰습니다. 교육청의 해명처럼 2016년부터 중장기 계획에 의해 폐원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뽑은 것부터가 무리수였습니다, 이 당시 지금의 임종식 교육장님은 과장과 국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던 당시에는 청소년지도사 등의 자격증은 우대 사항이었지 필수사항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은 월급이 적은데다 근무여건이 열악해 연고 없는 울진까지 오는 경우가 적었던 모양입니다. 때문에 그해 9월과 2019년 8월에도 결원이 생기면서 A씨처럼 자격증 없는 직원도 추가 채용됐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자격증이 없어도 되고, 무엇보다도 공무원이 된다는 사실과 고향인 울진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월급 많은 꽤나 괜찮은 직장을 버리고 이직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공기업 산하 기관에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월급은 전에 근무하던 곳보다 100만원 이상 적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이동 없이 울진에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려 지원했었습니다.

지난 2019년에 3차례, 불과 5개월 전에도 ‘이전에 있던 공기업에서 저를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된다’라고 했지만 수련원이 폐원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 그냥 수련원에 남아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복귀 조치에 응하는 건데...교육청이 이럴 줄 몰랐습니다” 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폐원 소문이 나면서 수련원 사정을 잘 아는 한 주민은 “지금 교육청에서 밝히는 폐원 사유 중 하나는 2014년과 16년에 이미 폐원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럼 폐원할 기관에 근무할 사람을 그냥 해오던 것처럼 기간제로 뽑으면 되지 왜 무기계약직으로 뽑았냐”고 하면서 당시 “이 업무의 중심에 있었던 교육지원과장과 교육정책국장이 바로 지금의 교육감님이시다. 그런데 지금 교육감님의 교육 이념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가슴 따뜻한 경북교육인데, 교육감님이 표방하는 가치와 이번 인사는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직원 임금 체불 사실인가?

공공기관인 교육청이 수련지도원들의 임금도 체불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교육청에서 수련원 직원들의 출장비를 50%밖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줄어든 예산은 지도원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초과근무수당도 지문인식기만 인정하고, 수기 작성은 인정을 안 해 시간에 쫓기다 보면 지문을 찍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연간 수천명의 아이들을 5명이서 지도하다 보면 늘 시간에 쫓깁니다. 그러다 보면 지문인식기를 찍지 못해 초과근무수당을 놓칠 때가 많았습니다. 관리직원들이 우리 지도원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침묵하는 선출직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의 선출직 의원들과 단체장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군민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식 의정보고 한 마디 없는 실정입니다. 특히 연간 수십억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울진군과의 공식 협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문은 파다하게 나 있는 만큼 모를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지역에서의 기관 폐쇄는 경제적 파급과 파생 효과를 넘어 지역의 위상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 만큼 도교육청에 정식으로 폐쇄 이유와 불합리함을 따져 묻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다시 원 위치 시켜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울진수련원 폐쇄 문제.

30여년간 유지해 오던 기관을 불과 2달 남짓한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폐쇄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한 경북도교육청.

이에 대한 숱한 억척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제 그 공은 울진지역의 선출직들에게 넘겨졌습니다.

작게는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 5명의 지도원, 크게는 군의 위상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위해 이들이 나서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북 교육.

이번 인사조치는 임종식 교육감님이 평소 표방하고 있는 따뜻한 경북 교육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정이라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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