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에서 현장 출동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려

단속팀 없이 혼자 출동. 기동단속반 자체가 없어

포항의 한 화학제품 생산 회사에서 공장 오폐수로 추정되는 물질을 농경지 수로로 대량 내보내 무단배출 의혹을 사고 있다.

본지는 지난 달 24일 오전 7시쯤 한 주민으로부터 포항시 남구에 있는 한 화학제품 생산 공장에서 오폐수로 추정되는 액체를 농경지 수로로 대량 배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 현장을 찾았다.

공장 인근 농경지에 이르자 이 일대에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연 수증기 같은 물질이 피어올랐다. 농수로에는 겨울 가뭄으로 바짝 마른 농경지와 달리 수증기를 머금은 물이 대거 흐르고 있었다, 농수로를 따라 100여m 이상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공장에서 만든 듯한 배수로에서 오폐수로 추정되는 물질을 다량 배출하고 있었다. 현장을 확인하고 다시 농수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100여m 내려오니 배수로에서 흘러나온 의문의 액체가 농경지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에 본지는 이 화학제품 생산 회사가 공장 내부에서 외부로 비밀배출구를 설치하고 휴일 날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포항시 당직실로 전화를 했다.

당시 시간은 오전 7시 44분. 약 5분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시 당직실은 통화 후 1시간 가까운 시간이 다 되도록 환경오염단속반 출동 여부에 대해 연락을 해주지 않아 오전 8시39분에 다시 당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본지의 단속반 출동 여부 물음에 그제서야 “담당 부서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곧 출동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단속반 관계자와 통화 한 것은 오전 9시2분. “출동 중”이라는 짧은 대화였다. 당직실 신고 1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다. 단속반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39분쯤. 최초 당직실 신고에서 단속반의 현장 도착까지 무려 2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혼자 출동했으며, 포항시에는 별도의 현장 단속을 위한 기동반 같은 기구는 없다”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인구 53만의 경북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다. 포스코 등 산업단지 내에 공장 등이 밀집돼 있는데 환경오염에 대비해 별도의 단속반도 없고,  

오전 9시52분 이 관계자와의 통화에서는 “신고자의 이름을 밝혀라”, “현장에 오라”라며 신고자의 인적사항 파악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이 관계자는 “이 업체는 폐수배출시설 신고 대상이 아니다. 오늘 배출된 물은 지하수로 성형을 식힐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전량 재사용하는데 오늘 배출된 것은 보일러 탱크에 보관됐던 물”이라고 했다.

이에 본지는 “그것은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지 않느냐. 직접 육안으로 확인했느냐? 토양오염에 관한 장비는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본지의 “오염 여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을 위해 시료 채취를 할 때 용기 주입과 밀봉 상황 등을 카메라로 찍었느냐? 혼자 출동해서 그것을 해 낼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촬영은 회사 관계자의 도움을 받았고, 용기 밀봉에 관한 밀착 사진은 찍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채취한 시료는 월요일 날 경북도청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포항시는 인구 53만의 경북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다. 구미와 함께 가장 큰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해 놓고 있다. 이들 산업단지 내에는 포스코 등 크고작은 공장 등이 밀집해 있고,  환경오염 유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비한 별도의 단속반이 구성돼 있지 않다는 포항시. 

출동 메뉴얼이 없다는 관계자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본지 기자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설마 그럴리가 있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 출동에 담당 직원이라고는 달랑 한 명만이, 그것도 무려 2시간이나 걸린 출동시간에 포항시의 환경 행정 근무 실태를 조금은 이해(?)가 됐다. 

토·일·공휴일 등 환경오염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취약한 시기를 틈타 일부 사업장의 환경오염행위가 증가됨에 따라 인근 자치단체들이 365 환경오염기동단속반을 연중 운영, 상시 감시·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행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의적인 환경오염행위를 하는 사업장이나 환경사고 등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하고 대형·중형·소형 환경오염 발생시 초동조치를 통해 시민의 재산권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인근 시군들과 너무도 비교되는 포항시 환경행정에 참으로 씁쓸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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