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울진 이안 연립주택의 분양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법인 선정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한 여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들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 내용 자체가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안연립주택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LH가 지난해 12월 이안연립주택 분양을 위한 감정평가법인으로 D 평가법인과 S 평가법인 두 곳을 선정했다.

이들 법인들은 분양전환 85세대(71제곱미터형 33세대, 73제곱미터형 40세대, 84제곱미터형 12세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각각 98억700만원과 98억7500만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비대위 주민들은 이들 2개 법인의 감정평가 내용이 현실적으로 아파트 내외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부실 감정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LH가 다시 감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형평성 논란-71형은 주공, 84형은 개인 집을 기준

이안은 연립주택인 관계로 구분건물이다. 따라서 인근 주택의 거래 사례가 중요한 산출근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두 법인은 71형은 주공에서 임대했다 매각한 집을 기준으로 했고, 84형은 건설회사가 개인에게 일반 분양했다 판 집을 기준으로 해 두 집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감정평가사도 이 부분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본지에 조언했다.

◆개인집 리모델링한 가격을 분양가에 제대로 감액하지 않은 의혹

특히 84형 개인 집은 이사 가기 전 수 백만원을 들여 도배를 새로 했고, 서비스 공간 현관에 수 백만원의 출입문을 분양 당시 건설회사로부터 지원받는 등 수혜를 받아 같은 평수의 임대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lh측 두 평가회사가 이를 평가 금액에 제대로 감액 반영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쾌적성 반영 미흡

주민들이 부실 감정 의혹을 제기하는 가장 큰 부분은 쾌적성.

서울의 경우 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어느 층인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한강이 보이느냐 여부에 따라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강 조망권을 말한다.

하지만 울진 이안의 경우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안은 아파트 단지가 `일자(-)형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동간 이격 거리가 20~30m에 불과해 뒷집의 거실이나 안방 등이 앞 동에서 육안으로 그대로 보인다. 때문에 맨 남쪽 동에 위치한 몇 개 동을 제외하고는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거의 24시간 커텐을 치고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기준이 된 개인집은 3층에 위치하는데, 앞 동 건물이 2층이어서 전망권이 충분히 확보된데다 1층만 관리 사무실로 사용할 뿐 2층은 회의실로 사용돼 사생활 노출 부분은 염려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감정평가법인이 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노후화 등 하자 반영 미흡

울진 이안은 건립된지 13년째 되는 연립주택이다. 곳곳에서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 벽면의 크랙 발생뿐만 아니라 거실 바닥이 들고 일어나고 베란다와 보일러실의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4층 집은 비가 새는 경우도 적잖다. 현관 출입문이 고장나는가 하면 전기 전선 상태도 불량하다. 보일러와 가스렌지도 13년이나 돼 고장이 나는 등 설비가매우 불량한 경우도 허다하다. 주민들은 이러한 사정이 감정평가에 반영됐을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두 회사 직원 같이 다녀 가격 담합 의혹

주민들이 두 회사의 감정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회사 직원들이 아파트 내부에 들어와 집안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 이모씨는 “두 사람이 현관에 서서 그냥 둘러보고 간 것이 전부”라고 했고 다수의 주민들은 언제 감정평가를 하고 갔는지, 누구 집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갔는지 모른다고 얘기하고 있다.

주민 홍모씨는 “두 사람이 함께 다녀갔는데, 이는 두 회사 직원이 함께 다녀갔거나 두 사람이 한 회사 직원이라면 다른 한 회사측은 아예 현장을 와보지도 않고 감정가를 적어 냈다라는 논리가 성립된다”며 불신의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홍씨는 또 “두 회사 직원이 함께 다녔다면 이것은 정말 문제다. 서울의 한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과 사업자측이 각각 따로 선정한 두 감정평가법인의 가격 차가 너무 커 주민들로부터 부실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양 측이 가격을 담합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LH측과 감정평가법인측 주장

LH측은 두 감정평가 회사로부터 평가서를 받고 검수했으나 검수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두 법인 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이들 회사들은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일부는 반영했지만 일부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다소 애매하게 얘기를 했다.

84형의 조망권의 경우 반영할 수도 안할 수도 있을 정도로 미미한 것이라고 말해 주민들과의 온도차는 매우 컸다.

◆주민들의 주장

주민들은 조망권 부분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거실이나 방에서 봤을 때 앞에 아무것도 없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집과 앞 동과의 거리가 20,30m에 불과해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돼 24시간 커텐을 치고 사는 집의 집 값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평가 항목에서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부실 평가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LH측이 감정평가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주민들을 이해시키려면 다시 감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전문 감정평가사의 조언

서울의 한 감정평가사는 주민들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감정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방문 감정이 중요하고, 또한 건물 노후화와 리모델링 부분, 그리고  조망권 등은 중요한 요인으로 감액 처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인성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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