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이 새해벽두부터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뉴스메이커가 됐다.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난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것.

가해자로 지목된 박종철 부의장이 사과하고 부의장직에서 사퇴했지만 사건의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지 경찰이 출동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데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안내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시민단체들이 수사를 의뢰하고 나선 것.

게다가 “손사래만 쳤다”는 박 의원의 해명과는 달리 가이드를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역신문은 물론 지방지, 중앙지, 방송, 인터넷 포털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언론사 기사에 네티즌들의 댓글이 수만 건이 넘는다.

때문에 사건을 바라보는 예천 군민들은 허탈, 그 자체다. 출향인사들은 부끄럽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진제공:안동mbc캡쳐)

◆1명당 442만원씩 총 6188만 원짜리 해외연수

예천군의회 의원 9명 전원과 의회 직원 등 14명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경비는 1명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이다. 군의원 9명 중 7명은 자유한국당 소속, 2명은 무소속이다. 한편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비용이 다른 지방의회보다 1인당 최소 100만원 이상 많다는 지적 제기와 함께 ‘외유성’ 논란도 일고 있다.

◆가이드 폭행에 현지 경찰 조사받은 군의회 부의장

사건이 발생한 것은 연수 나흘째인 12월 23일.

이날 오후 6시쯤(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다른 장소로 가기 전 버스 안에서 술을 마신 박 부의장이 가이드와 말다툼을 벌이다 그를 폭행했다.

사건은 신고 돼 경찰과 구급차가 달려왔다. 가이드는 응급처치를 받았고, 박 부의장은 연행 되지는 않았지만 출동한 토론토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는 의원들의 중재로 약간의 돈을 받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군의원들은 연수 기간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는 요구를 했고, 또 일부 의원은 숙소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다른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사과 기자회견에 부의장직 사퇴

사건이 알려지자 이형식 군의회 의장과 박 부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했다.

박 부의장은 “모든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가이드에게 사죄한다. 부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이 의장도 “너무나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부의장은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박 부의장은 폭행 당시 술을 먹지는 않았다고 부인했고, 다른 의원들도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일방적 폭행 동영상 공개

최근 공개된 CCTV 영상은 군의회 주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 의원이 대화중인 가이드에게 막무가내로 주먹질을 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던 것.

기자회견을 열어 “빡빡한 일정 탓에 말다툼을 하다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얼굴을 맞았다”고 한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폭행은 현지 버스 기사가 나서 말리기 전까지 아무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박 의원에게 폭행을 당한 가이드는 쓰고 있던 안경 파편이 얼굴에 박혀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911에 신고되자 군의원들은 서둘러 가이드와 합의를 시도했고 합의서를 받고서는 가이드를 교체했다.

◆군민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주민소환 운동 펼쳐

“의원직 사퇴하라(국제망신)”, “세비, 여행경비 토해내라(군민)”, “군의원 없는 1호 자치단체 만들자(군의원 없애자)”, “나라 망신이다(유천)”...

언론사와 예천군청,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군의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예천군민들은 ‘예천군의원 주민소환 모임’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정의당은 연수 경비 전액 반납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 기소의견 검찰 송치 예정

수사에 나선 예천경찰서는 “조사 결과 박 의원의 가이드 폭행 사실이 인정돼 빠르면 이번 주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가이드가 합의 중 현 정부 실세와 지인관계라며 겁을 줬다”는 박 의원의 진술에 대한 사실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지방의회 해외연수 감시 강화

정부가 지방의원 국외연수 감시 강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관련 규정이 담긴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을 전면 개선해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셀프 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 방안 마련, 정보공개 확대, 페널티 적용 등이 개선안의 주요 골자다.

공무 국외여행의 심사위원장은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 위원이 맡도록 했다.

공무 국외여행이 부당했다고 판단되면 그 비용을 환수한다는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의회 회기 중에는 공무 국외여행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장윤선. 황이주. 남경엽 기자

장윤선. 황이주. 남경엽  donghae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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