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의 한 의원이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최순실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를 주장하고자 신청한 5분 자유발언 원고가 발언신청 의원 자신도 모르게 일부 삭제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정이 이른데도 경북도의회가 나서서 진위 파악조차 하지 않는데다 도의회 출입하는 수많은 언론 매체들과 기자들이 함구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 자아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김위한(비례) 의원은 지난 22일 경북도의회 제289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자 관련 5분 자유발언의 원고를 사전에 의회사무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막상 발언대에 올라보니 프롬프터(prompter)에 설치된 원고에는 김 의원이 강조하고자했던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의 동상건립 중지 촉구 내용이 사라져 버린 것.

또 "새마을운동과 관련해 경북도가 또 다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주도하는 '유령' 법인에 5년 동안 수 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하려 했던 원고도 지워져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의원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진상조사 촉구와 함께 도의회 의장단의 처신에 문제가 있음을 강하게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는 의원 개인과 집행부, 또 소수인 민주당 의원과 집행부가 아닌, 민의의 대변인인 의회 대 집행부의 관계로 봐야 한다”며 “어떻게 의원의 원고를 직원이 임의대로 삭제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원고를 삭제한 직원이 의회 직원인지 아니면 집행부 직원인지 밝혀야하고, 그것 역시 자발적 행동인지 아니면 윗선의 지시인지 분명히 밝혀야 함은 물론 의회 위상 강화차원에서 의장단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도의회 출입 언론이 한마디 언급조차 없는데,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아는데도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언론의 침묵)이렇게 해서야 도민들이 어떻게 도청과 의회의 사정을 알 수 있겠느냐”며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싸잡아 비난했다.

한편 김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로 대구공항 이전, 탄소산업 육성 등 지역의 대표적 국책 사업들이 좌초위기에 처했음을 지적하고 싶었고 또한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가 도정을 농단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강동균 기자

#프롬프터(prompter):뉴스 등의 프로그램 진행자나 출연자가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원고 내용을 읽으며, 진행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

경북도의회에서도 안동 신청사로 이전해 오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본회의장에 이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강동균  donghae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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